인상주의, 변화하는 순간을 그림에 담다

 

변화하는 순간을 그림에 담다

인상주의 미술이란 화가가 자연을 보고 느낀 그 인상을 그리는 것으로, 빛이 사물에 부딪히며 변화하는 그 순간순간들을 그리는 것입니다. 사물에 고유한 색이 있다는 생각을 부정하는 것, 시시각가 변화하는 자연의 순간적인 인상을 포착하는 것, 인상적인 색채를 선호하고 붓질에 화가의 감정을 담아내는 하나의 표현 방식이 인상주의 미술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상주의의 대표적인 화가로는 마네와 모네, 르누아르와 드가, 피사로 등이 있습니다. 모네는 들판이나 집 밖에 쌓아 둔 곡식더미들에 나타나는 빛의 변화를 관찰하기 위해 단기간에 수 십장의 연작을 그리기도 했으며 30여 점 이상의 그림으로 구성된 '루앙 성당' 연작은 종교적인 물체가 세속적인 물체로 변질되었음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모네의 작품은 개인의 의식이 종교적 의식보다 우선이라는 그의 태도에서 나온 결과물입니다. 성당은 형체를 잃었고 감상하는 사람은 흘러내리는 물감의 형상만을 볼 수 있습니다. 끊임없어 달라지고 사그라지는 빛의 움직임에 따라 사물이 아른거리는 상태를 포착하려니 화가들의 붓놀림은 자연히 빨라질 수밖에 없었으며 팔레트에서 색이 섞일 겨를도 없이 물감들은 원색 그대로 화폭에 담겨 나갔습니다. 따라서 붓질은 울퉁불퉁 단정하지 않았고 색의 정확한 자리 또한 찾기 어려웠습니다. 전통미술은 그림에 붓 자국을 남기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인상주의 화가들은 거친 선과 면을 그대로 살려두고 그림을 완성했습니다. 그러므로 인상주의 그림은 그려진 대상을 관찰하는 것이 아닌 대상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빛이 만들어내는 분위기를 감상의 대상으로 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리기 시작하다

1870년의 프로이센-프랑스 전쟁을 피해 런던으로 간 프랑스 화가들은 영국 근대 풍경화가들의 빛표현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정해진 공식에 따라 그려지던 명암이 자연물의 표면에서 수많은 변화를 가지며 다양하게 표현되는 것을 본 이들의 그림에 큰 영향을 주었고 파리로 돌아온 이들의 작품에서 생각지 못한 변화에 사람들은 놀라움과 조롱을 표하였습니다. 그들이 보기에 모네의 그림에는 중요한 내용이라곤 하나도 없는 저급한 것으로, 한쪽으로 기울어진 풍경에 조그맣게 잘려 그려진 인물이 미술 규범을 위반한 아무렇게나 그린 그림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모네의 그림은 윤리적인 교훈이나 역사적 사건도 없으며, 특별히 이상화되거나 하지 않은 평범한 풍경 자체가 그림의 중요한 주제가 되었습니다. 그저 화가의 눈에 비친 한순간의 풍경일 뿐이었던 모네의 작품들은 풍경화라는 장르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화가들은 눈앞에 보이는 금방 사라져 버리고 마는 빛이 재현하는 일상의 풍경에 더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그림은 비로소 다른 상식 없이 그저 눈에 보이는 대로 즐기면 되는 시작 예술이 되었습니다. 그림의 대상은 사물이나 풍경 자체가 아니라 그들이 받아들인 빛의 변화이므로 인상주의 그림의 감상은 빛의 움직임과 분위기를 보면 되어 그림 읽기가 쉬워지고 이론적 상식이 없어도 보이는 그대로 느끼면 되었습니다. 또한 그림에는 파리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 등장했고 도시의 바쁜 생활 모습과 주변의 흔한 풍경들을 그렸으나 카페나 유흥 장소도 그림의 무대가 되었습니다. 이때부터 일상성은 현대 예술의 중요한 요소로 탄생하게 됩니다. 인상주의의 그림에는 자연스러운 포즈와 구도로 연출되지 않은 스냅사진과 같은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줌으로 혁신적인 방식을 사용했음을 보여줍니다. 1860년 초 프랑스를 중심으로 시작하여 30여 년이 채 못 되지만 인상주의가 크게 부각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상적인 작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형식과 내용을 계획하고 소재를 배치하며 정해진 법칙에 따라 화면 안에 이야기를 풀어가던 이전의 방식을 버리고 인상주의 화가들은 당장 그들의 눈앞에 보이는 것, 순간적인 느낌 같은 것, 변화하고 있는 것들을 그리기 위하여 힘을 쏟아내었습니다. 주문에 의해 그림이 그려지고 그에 대한 대가를 받아 생활을 하던 화가들이 드디어 자기가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리기 시작한 시기였고, 우리가 알고 있는 고단하게 생을 마감한 화가 중에 유독 인상파 화가들이 많은 이유는 우연이 아닌 것입니다.

 

인상주의가 나타나게 된 배경

인상주의가 나타나게 된 주요 배경 중 하나로는 사진의 발명을 들 수 있습니다. 초기에는 풍경화나 초상화를 그릴 때 사진을 보고 그리다가 마무리 단계에서 실물을 대조하는 방식으로 활용하였습니다. 그러나 이전까지는 대상을 실감 나게 그리는 것이 그림의 최고 목적이었는데 실물과 닮게 표현하는 것에서 사진을 따라갈 수 없게 되자 사진이 하지 못하는 다른 영역을 찾아내어야만 했습니다. 인상주의 화가들은 스냅사진이 보여주는 일상성과 대담한 구도에 매력을 느끼고 그 느낌을 인용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또 하나로는 튜브 물감을 들 수 있는데, 이전에는 원석이나 돌가루를 빻아서 약품과 기름을 혼합해 물감으로 썼습니다. 그랬던 상황에서 휴대가 가능한 튜브 물감의 생산은 그간 실내에서 계산된 빛과 구도로만 작품을 그려야 했던 화가들에게 드디어 야외에서 작업이 가능해진 아주 특별한 기회였습니다. 밖에서 보고 느꼈던 것들을 기억해 두었다가 실내로 돌아와 기억에 의지한 채 이상적으로 모으고 짜 맞추며 그림의 장면을 연출하던 상황에서 벗어나게 된 것입니다. 화가들은 더 이상 작업실에 있지 않고 바깥의 다른 세상에는 무엇이 있는지, 다른 공간에서 햇빛은 어떻게 빛나는지 알아보기 위해 길을 나섰습니다. 하지만 그토록 눈앞의 세계에 솔직하고 직접적인 빛과 색을 입히며 자연과 소통하고자 노력했던 인상주의 화가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자연은 아무리 보아도 알 수 없는 신비한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