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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주의-화가-귀스타브-쿠르베-돌-깨는-사람들

 

사실주의의 등장

신고전주의와 낭만주의 이후 1840~1870년대까지 프랑스 회화에 새롭게 등장했으며, 추상예술, 낭만주의 등 감상에 치우치던 이전 미술에 대립되는 개념의 사실주의는 미술사에서 낭만주의에 이어 제2의 혁명으로 불립니다. 19세기 후반 활발해진 과학의 발달과 실증주의에서 사실주의의 발생 근거를 찾을 수 있습니다. 프랑스의 소설가 발자크와 스탕달이 사회현상을 자세히 관찰하고 쓴 소설이 등장하였고, 계몽주의, 이성주의가 실증주의적 경험으로 무장한 시민정신에 평등사상을 고취하는 역할을 하였습니다. 고상하거나 가식적이지 않은 평범한 세속의 삶이 문학뿐 아니라 예술 전반에 본격적이 소재로 나타났습니다. 공식적으로 사실주의의 선언하고 실천한 화가인 쿠르베는 고상하고 우아하며 교훈적이어야 한다는 당시의 지배적인 규범을 어기고 산업사회의 자본논리에서 소외된 노동자와 평범한 시민들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빈틈없는 시선으로 그려냈습니다. 이전까지의 그림이 현실을 미화하거나 이상화하여 특별한 지위를 부여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면 사실주의는 특별한 사람들을 위한 감상적인 내용이 아니라 사회현상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드러내어 무시받던 현실 이념을 예술적 이념으로 바꾼 것입니다. 이후의 그림에는 삶의 고통과 애환을 지닌 노동자, 상인, 아낙네, 매춘부, 어린아이 등 당대를 구성하는 사람들이 가감 없이 등장하게 됩니다.

 

자연주의의 성행, 바르비종파

19세기 이전까지 사실주의는 자연을 있는 그대로 그리는 자연주의 개념으로 이해되었습니다. 자연주의가 성행하던 19세기 후반 여러 화가들이 각자의 이유로 파리 근교의 작은 마을인 바르비종으로 모여들었습니다. 근사한 건축물이나 풍경도 없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땅에서 그들은 주민들의 일상적인 생활 모습과 순환하는 자연현상, 주변의 작은 변화들을 소재로 '바르비종파'라는 색다른 화풍을 조성하여 그림을 그렸습니다. 일상을 주된 소재로 택한 화가들은 저마다 독특한 화풍과 관심사로 평범하고 소박한 일상을 자세히 관찰하고 묘사하였습니다. 그 무리에는 도비니와 루소 그리고 밀레가 있었습니다. 다소 편안해 보이는 그들의 그림은 이후 사실주의와 인상파 화가들의 영감의 근원이 되었습니다. 지금도 바르비종 마을은 문명을 거슬러간 듯 대부분의 옛 모습을 간직한 채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당대 낭만주의 풍경화로 유명하던 카미유 코로의 그림은 사실주의와 낭만주의를 접목한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그는 이탈리아 여행에서 얻은 스케치에 본인의 느낌을 더하여 풍경화를 그렸는데, 몽환적이면서도 사실주의의 분위기나 느껴져 이것을 바르비종파 화가들이 받아들여 사실주의양식의 기반을 마련하였습니다.

 

현실과 진실을 갈구한 사실주의

사실주의는 자연주의가 좀 더 이상화된 양식으로 따뜻한 시각 효과를 노리는 막연한 묘사인 자연주의에 비하여 화가의 발상이 더해지거나 특별함을 발견할 수 없는 평범한 자연이 작가만의 관찰력으로 의지를 가진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입니다.

예술에 현실을 반영하고자 하는 마음은 원시시대 벽화에서부터 17~19세기에 이르기까지 어느 시대에도 있었고 실제 생활 안에서 예술이 많은 역할을 하였습니다. 사실주의가 특히 모토로 삼은 것은 사회현상을 가감 없이 인식하자는 데 있었고, 현상을 미화해서는 안 되고 보이는 것을 생략하거나 감추어서도 안 되었습니다. 작가의 상상력과 감정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던 낭만주의 회화는 색채에 비중을 두고 화려한 화면을 구사하며, 신화적인 소재에 기대는 경향이 있었는데, 사실주의는 이러한 낭만주의의 감상적인 측면에 비판을 가하였습니다. 낭만주의가 다소 기술적이고 이상화된 자연의 재현으로 작가의 감정에 치우쳤다면, 현실의 진실과 진상을 갈구한 사실주의는 회화를 수단으로 하여 사회참여를 실천한 예입니다. 쿠르베는 현실적인 소재를 택하여 지극히 사실적인 기법으로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는 이상이나 환상이 그림이 되는 것에 반대했고, 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묘사하는 것이 진정한 예술이라 주장하였습니다. 그는 그림의 목적이 현재에 존재하는 사건과 대상 가운데 영웅적인 모습과 진실을 밝혀내는 데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는 내가 본 것들, 살아 있는 미술을 창조하는 것, 아이디어, 시대의 풍습, 관점을 기록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리얼리즘(사실주의)은 예술이 당대 현실에 대한 진실된 기록이자 판단이며 세계관의 반영이라는 점을 확인시켜 줍니다. 오늘날까지 다양한 형태로 전개되고 있는 리얼리즘은 미술사 속에 박제된 역사가 아니라 시대에 따라 새롭게 인식되는 세계관의 한 형식임을 알 수 있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