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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 천재 화가 라파엘로의 짧은 생
1483년 성금요일에 이탈리아 중부의 어느 언덕에 자리 잡고 있는 우르비노라는 마을에서 한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귀엽고 얌전한 아기를 본 부모는 천사장 라파엘로의 이름을 붙여주었습니다.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궁중화가였던 아버지에게 그림을 배우던 라파엘로는 아버지 마저 11세 때 돌아가시며 숙부 밑에서 자랐습니다. 이후 페루지노라 불리던 피에트로 바눈치라는 화가의 그림공방에서 도제 수업을 받았고 그의 초기 작품들에서는 페루지노의 우아하고 유려한 양식이 엿보입니다. 페루지노는 라파엘로의 그림을 보고 지금은 나의 제자이지만 머지않아 나를 능가하는 거장이 될 것이라며 그의 재능을 알아보았고 이후 피렌체로 떠났습니다. 라파엘로의 준수한 외모와 부드럽고 밝은 성격, 성실함, 사교적인 성품에 사람들을 끄는 매력까지 지니고 있어 주변에 동료들도 많았고, 여성들에게 인기 또한 매우 많았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많은 여인들을 사랑하고 연애를 좋아했다고 합니다. 그의 마지막 작품은 현재 바티칸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 '그리스도의 변용'입니다. 세계적인 대작으로 손꼽히는 이 작품은 경이로운 그리스도의 얼굴로 유명합니다. 그림은 하늘과 땅 두 장면을 묘사하고 있고 산 위에서는 영화로운 구름 속에 그리스도가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고 있습니다. 양쪽에는 엘리야와 모세도 공중에 떠 있는데 라파엘로는 결국 그리스도의 얼굴을 완성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라파엘로는 이 그림을 채 완성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갑자기 병을 얻어 세상을 떠났는데, 공교롭게도 그가 죽은 날은 1502년 성금요일이었습니다. 생일에 세상을 떠난 것이었습니다. '그리스도의 변용'을 비롯하여 몇몇 미완성 작품은 라파엘로의 제자들에 의해 완성되었고, 비록 37년이라는 짧은 생을 살았지만 라파엘로는 생애 동안 287점의 작품과 엄청난 업적을 남기고 떠났습니다. 온 로마가 위대한 거장의 죽음을 애도했고 그의 작업실에서 판테온의 묘소까지 운구 행렬이 끝없이 이어졌습니다. 오늘날 우리에게도 라파엘로의 작품들은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그의 작품들
라파엘로가 불과 25세일 때, 교황 율리우스 2세는 바티칸 궁전을 꾸미는 일을 맡겨 로마로 그를 불러들입니다. 율리우스 2세와 그의 뒤를 이은 레오 10세는 라파엘로를 무척이나 좋아했는데 라파엘로가 그린 초상화만큼 세상에서 두 교황의 모습을 똑같이 묘사한 그림은 없을 것입니다. 라파엘로는 바티칸 궁전의 실내 벽을 장엄한 프레스코화로 화려하게 꾸몄는데 그 그림의 주제는 철학, 신학, 시, 법 등 다양했지만, 모든 주제는 교황과 그 시대의 현자들과 관련이 있었습니다. 이 그림들 중 가장 유명한 작품은 아마도 철학 부분의 벽화로 '아테네 학당'일 것입니다. 이 그림에는 50여 명의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와 교사, 학생들이 등장하는데 우선 전체적으로 거대한 아치형의 홀이 눈에 들어옵니다. 가운데를 보면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두 명의 철학자가 중앙의 복도에서 걸어 나오고 있는데 플라톤은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모델로 한 것입니다. 왼쪽의 플라톤은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며 이상 세계의 가치를 주장하고 있고, 오른쪽의 아리스토텔레스는 땅을 가리키며 현실 세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다른 철학자들도 저마다 무리를 짓고 있는데, 각 무리는 한 명의 스승과 그를 둘러싼 제자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작품의 특징은 인물의 역동성과 조형성을 강조하면서 균형을 잃지 않는 것에 있으며, 또한 종교적인 요소와 신화적인 요소를 함축한 주제 등 르네상스의 모든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에 있습니다. 라파엘로는 바티칸 궁전의 개방된 화랑에서 성화도 많이 그렸는데 이러한 성화들은 '라파엘로의 성경'이라고 불렸으며, 시스티나 예배당에 장식할 태피스트리의 그림을 고안하기도 했습니다. 사실상 바티칸 궁전은 라파엘로의 작품을 전시하는 미술관이나 다를 바 없었습니다. 또한 라파엘로는 많은 성모의 그림을 그렸는데 치밀한 구성을 통하여 자애로운 성모의 모습을 완벽한 형상으로 재현해 냈습니다. '아름다운 정원사', '시스티나 성모', '의자에 앉은 성모' 등이 있습니다. 라파엘로가 그린 의자에 앉은 성모의 경우 이후에 모사본이 계속 나왔지만, 원작만큼 섬세한 색과 아름다움까지 감히 따라 그리지 못했습니다. 시스티나 성모는 라파엘로가 그린 마지막 성모자 그림으로 독일 드레스덴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사람들은 다른 작품들에 대해서는 각각 다른 평가를 내놓지만, 이 작품만큼은 모든 사람들이 좋아합니다. 이 그림 앞에 목소리는 잦아들고 시선은 작품에 고정됩니다. 라파엘로는 옷감의 주름을 잘 표현하는 화가로도 유명한데, 시스티나 성모만큼 옷감이 우아하게 표현된 작품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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